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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월 살며 묵상하며 - 해돋이 구경에서 모신 성체
세나뚜스 조회수:343 222.114.24.13
2016-01-21 09:40:10
살며 묵상하며

해돋이 구경에서 모신 성체

안영·실비아
새해를 맞이하게 되면 꼭 떠오르는 장면이 있습니다.
제주도 성산에서 구경한 일출, 아니 그 직후의 일입니다.
십여 년 전 12월 말, 지인 몇 분과 해돋이 구경을 떠났었지요. 일행은 아름다운 제주의 자연 속에서 제야를 보내고 이른 새벽 해를 맞으러 나갔는데, 자동차로 한 시간쯤 달리자 희뿌옇게 먼동이 트면서 저만큼 산이 보였습니다. 날씨가 맑아 틀림없이 일출을 보긴 하겠지만 일출봉까지 가다가는 다소 늦을 것 같다며, 안내자가 성산면 입구에 차를 세웠습니다. 그곳에는 이미 많은 차들이 즐비했습니다. 사람들은 어둑한 속에 어디론가 한 방향으로 줄지어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강둑이었는데, 웬 사람이 그렇게 많이 모여 들었는지 길게 진을 치고 있었습니다.
“어디서 해가 뜨지요?”
“저기, 저 벌겋게 달아오르는 곳 있죠? 거기서 뜰 겁니다.”
우리는 발을 동동 구르며 그리운 님 기다리듯 일출을 기다렸습니다. 이윽고 버얼건 수면의 중간쯤에서 선명한 곡선이 눈썹만큼 솟아올랐습니다.
나온다! 나온다!
사방에서 함성이 터졌습니다. 이윽고 해는 누군가가 밀어올리듯 차츰차츰 솟아오르더니, 어느 순간 하늘로 훌쩍 치솟아 빠른 속도로 부웅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오, 주님, 감사합니다. 마침내 제게도 나타나신 주님, 감사합니다.”
이상한 일이지요. 왜 떠오르는 태양을 보면서 주님의 얼굴이라는 생각이 들었을까요. 아무튼 저는 시종일관 주님 얼굴을 마주 뵙는 설렘으로 기뻐 찬미하고 감사하면서 많은 소원을 빌었습니다. 남편을 위해, 아이들을 위해, 나 자신을 위해… 그러다가 문득 이 큰 잔치에서 이기적 기도만 드리고 있는 저를 부끄러워하며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국가의 안녕을 위해, 빌고 또 빌었습니다.
해가 허공 중에 치솟아오르자 사람들은 볼 것을 다 봤다는 듯이 썰물처럼 그곳을 빠져나갔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 시간이 참으로 소중해 조금 더 있고 싶었습니다. 이제는 높이 떠오른 태양, 아니 우리 곁에 잠시 오셨다가 다시 하늘로 올라가신 주님의 얼굴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며 감사를 드리고 서 있었습니다. 너무나 눈이 부셔 쩔쩔매면서….
다음 순간, 이게 웬일입니까?
해 주변에 연둣빛 동그라미가 희미하게 보였습니다. 하나 둘 셋 넷… 어머나! 저 멀리까지 계속 보입니다. 다섯 여섯 일곱… 사방으로 보이는 동그라미. 저는 정신없이 동그라미를 쫓고 있었지요. 그러다가 저도 모르게 소리쳤어요.
“성체다!”
주님께서 잠시 오셨다가 여기 모인 사람들에게 성체를 영혼의 양식으로 분배해 주시는구나. 그런데 저렇게들 먼저 가 버렸으니 어떡하지? 저는 흥분해서 일행을 소리쳐 불렀어요.
“저기 좀 보세요, 저기요. 해 주변 좀 보세요!”
몇몇 사람들은 돌아보고 의아해했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냥 가버렸습니다.
저는 물결을 따라 조금씩 일렁이는 동그라미의 현란함에 취하여 넋을 잃었고 마침내 마음으로 깊이 성체를 영하며 성호를 그었습니다.
저는 과학을 모릅니다. 그러나 분명히 보았습니다, 해 크기와 똑같은 에메랄드빛 동그라미가 사방에 둥실둥실 떠돎을. 그리고 바짝 내 앞으로 찬란히 다가옴을.
이 감동적인 장면을 그들과 함께하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습니다. 나는 문득 선교의 책임을 뼈저리게 느끼고 서있었습니다.
주님, 모든 사람이 당신을 알아뵙고 찬미할 그날은 언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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