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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현장 속으로 - 안동교구 예천성당 순교자들의 모후 꾸리아
세나뚜스 조회수:922 222.114.24.13
2016-01-21 09:54:13
현장속으로

나눌수록 커지는 빵

김안자·아네스

예천성당 나눔의 집에 매주 수요일과 주일에는 맛있는 냄새가 가득하다는 순교자들의 모후 꾸리아 부단장 박임숙 안젤라 자매의 초대를 받고 찾아갔다. 마침 수요일이어서 차량봉사자인 형제님과 함께 남은 도시락을 전달하는 기회도 가졌다.
고혈압으로 거동이 불편한 며느리가 시각과 청각 장애를 가진 시어머니를 모시고 힘들게 살고 있는 작은 집까지 배달을 마치고는 나눔의 집으로 돌아와 회원들과 같이 준비한 점심을 먹는데, 반찬이 여러 가지다. 꽁치조림에 두부조림, 김치, 김, 열무김치, 소고기를 넣은 김칫국, 거기다가 윤기나는 자장소스가 오늘의 차림표였다. 특별 메뉴인 자장이 맛있다고 하자 한 달에 한 번, 읍내에 있는 영진각이라는 중국집에서 80여 가구가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의 자장을 정기적으로 보내온다며 나눔의 집 회장인 체칠리아 자매님이 나눔의 집 내력을 들려주신다.
영주 천주의 모친 꼬미씨움 소속 순교자들의 모후 꾸리아(지도신부:정희욱·대건 안드레아, 단장:유호종·예로니모) 산하 11개 쁘레시디움 단원들과 예천성당 전 신자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만드는 듣기만 해도 배부르고 맛있는 사연.
꾸리아와 쁘레시디움에서 간부로 활동하면서 책임을 맡고 있는 회장 김옥자 체칠리아, 부회장 박임숙 안젤라, 회계 강철영 고레티를 중심으로 45명의 봉사자들이 조를 짜서 일을 하고 있다. 수요일이면 일찍부터 준비한 밥과 반찬을 8개조로 나눈 차량봉사단이 예천군 관내 10개 지역(풍양·간천·호명·유천·지보·지내·남본·백전·노상 등)에 살고 있는 독거노인, 지체 및 정신 장애, 소년소녀가장 들에게 전달하고 위로 상담도 한다. 성경 말씀처럼 이 일의 시작도 처음에는 미약했다.
당시 지도신부이신 김영식 요셉 신부님이 본당 주변지역의 딱한 사정을 안영철 라파엘 사목회장으로부터 듣고, 굶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레지오 단원들에게 협조를 구했다. 먼저 성당 건너편에 작은 공간을 마련하고 주변에 사는 배고픈 사람들을 불러서 식사 대접을 했다. 처음에는 몇 사람을 위한 밥상 차리기였는데 순식간에 70여 명으로 불어났고, 시간이 지날수록 나눔의 집을 찾는 사람이 늘어났다. 그러던 중 정말 혜택을 받아야 할 딱한 사정을 가진 사람들이 움직이지 못하는 신체적 조건 때문에 성당으로 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집집마다 방문하여 모든 대상자에게 밥과 반찬을 배달해 드리기로 하고, 반찬 만드는 팀과 방문 팀 그리고 차량봉사 팀으로 재구성을 했다.
도시락 배달하는 차에 타보니까 한 집에 평균 너댓 개의 찬통·밥통이 필요한데 그 많은 도시락을 어떻게 마련했냐고 질문하자, 한 달에 한 번 마지막 주일날 특별헌금을 하여 음식재료비를 충당하고 모자라는 부분은 그때그때 해결하자는 배짱으로 시작했는데 여러 가지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이 작은 성당에서 얼마 안 되는 레지오 단원들이 남을 도울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을지도 의문이었고, 신부님의 취지는 훌륭하지만 소문이 나서 식구가 늘어나면 그 경비를 누가 다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으로 망설이는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7년이 지난 지금, 그 모든 것이 한낱 걱정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고 한다. 시골 작은 성당에서 거둬지는 2차 특별 헌금의 액수로는 늘 부족하지만 어디 사는 누군지 밝히지도 않은 도움이 지금까지 끊긴 적이 없어 한 번도 나눔의 집 문을 닫아본 적이 없다고 한다. 성모님 군대로서 경력이 만만치 않은 체칠리아 회장님은 다 성모님의 보살핌이라고 하며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고 남긴 예수님의 기적을 비유하신다. 처음에는 레지오 활동으로 시작했지만 워낙 신자 수가 적은 성당이다 보니 인력이 부족해서 봉사자의 범위를 전체 신자로 넓혔다며 나눔의 집 숨은 봉사자들을 일일이 소개하신다.
2차 헌금에 협조해주시는 본당 신자들과 바쁜 직장 근무 중에 짬을 내어 차량봉사를 해주시는 형제자매님들, 김치를 정기적으로 주시는 한국종합식품과 언제든지 찾아가기만 하면 고기를 주시는 정육점을 비롯하여 수많은 은인들에게 이 기회에 마음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면서… 좀더 많은 외부 도움을 받아서 대상자들에게 더 나은 음식을 대접하고 싶다는 바람을 비치신다.
단원들의 활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신심 단체 네 개반을 조직하여 5년 전부터 예천군 내의 한 육군부대를 매주일 방문하여 그 부대 장병들을 성당으로 데려와서 점심식사를 하게 하는 봉사로 확대된다. 평소 군인 사목에도 관심이 많으셨던 요셉 신부님의 제안으로 시작된 행사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많을 때는 50여 명, 평균 20여 명의 장병들이 급식소 안에 가득하게 앉아서 맛있게 밥을 먹는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로 기분 좋고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아들을 군대 보낸 엄마들은 잘 알겠지만 엄청 먹어요.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한다는 말이 군대에서 생긴 말 같아요.”
그 주일에 당번을 맡은 봉사자 중에 아들을 군대 보낸 단원이 있으면 눈물 반 웃음 반으로 특별 메뉴까지 준비된다고 하니 그림이 보이는 듯하다.
특히 장병들에게 다음 주에는 어떤 음식이 먹고 싶으냐고 묻고, 의견을 참고해서 식단을 짠다고 하니 듣기만 해도 흐뭇하고 감동적이다. 장병들의 어머니가 그 소식을 들으면 얼마나 고마워할지 짐작이 간다.
아무 조건 없이 오고자 하는 장병이면 비신자나 타종교인을 구별하지 않고 데려 와서 밥을 먹인다는데, 이 행사로 인해서 입교한 장병은 두 명에 지나지 않아 눈에 보이는 전교는 아직 미미하다고 한다. 그러나 당장은 입교를 하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우리 성당에서 조건 없이 주는 밥을 맛있게 배부르게 먹은 사실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그리고 다른 성당에서도 주변 군부대를 연결해서 이런 행사를 정기적으로 가져서 젊은이들을 보다 더 많이 입교시켰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다.
한 단원은 선교에 도움이 된다면서 군인 아들에게서 들은 말을 전해준다. “졸병 시절에는, 먹을 것이라면 자존심이고 뭐고 없어요. 빵 한 조각에 불교 신자도 되고 개신교 신자도 되고 천주교 신자도 된다니까요. 하루에 세 군데를 돌아다니는 친구도 있고 어디든지 초코파이 하나 더 주는 데 가게 되어 있다니까요. 그런데 우리 천주교에서 주는 게 제일 적어요. 이등병 시절에는 먹고 싶은 게 인격이거든요. 고기를 낚으려면 미끼가 많아야 하는 거 모르세요? 어머니도 군인주일에 헌금 좀 많이 하세요.”
공감이 되는 말이다. 그런 차원에서 예천성당 나눔의 집 회원들을 비롯해 차량봉사자, 맛있고 푸짐한 밥상을 차리는 봉사자들은 황금어장에서 일하는 어부들인 셈이다.
기도와 봉사를 함께 실천하는 예천성당 순교자들의 모후 꾸리아 단원들의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봉사는 지역사회 복지사업의 출발점이 되기도 했다. 나눔의 집 신자들이 변함없는 봉사로 좋은 평가를 받자 성당 바로 옆에 있는 노인복지회관에서도 무료 급식을 시작했고, 예천군 내에 있는 각 개신교교회에서도 무료 급식을 시작해서 봉사를 ‘많이 가진 남의 일’로 생각했던 이 지역에서 봉사의 개념을 바꾸기도 했다고 단원들은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단장은 부단장을, 부단장은 회계와 서기를 서로 칭찬하고, 공은 다른 모든 봉사자와 협조자에게 돌리며 부끄러워하는 모습, 성모님의 군대인 레지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작은 일에 생색내는 것 같아 부끄러워 사진도 안 찍겠다고 도망가는 봉사자들을 다 놓쳐, 겨우 몇 사람을 성모님 앞에 세웠지만 성모님은 다 알고 계실 것이다. 예천성당 레지오 단원과 신자들이 7년 동안 나눔의 집에서 한 모든 일을….

안동Re.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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