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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2월 특집 - 노숙자들에게 오시는 예수님
세나뚜스 조회수:527 222.114.24.13
2016-01-21 09:54:41
    노숙자들에게 오시는 예수님

김옥순·엘리사벳 수녀

차가운 날이었다.
역 앞 벤치에서 허름한 옷에 배낭 하나를 메고 얼굴은 상처투성이로 울고 있는 청년 노숙자 한 분을 만났다.
"수녀님, 한잔했습니다. IMF 사태로 회사에서 쫓겨나와 몸과 마음이 너무 많이 아팠어요. 돈도 다 없어지고 일자리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다녔지만 소용없고, 이젠 거지가 되었어요. 지금은 이 역사에서 노숙을 하고 있어요. 몸이 너무 많이 아파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가슴 아파할 어머니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지고, 갈 수가 없어요. 어머니께서 저 때문에 쓰러지셨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수녀님, 너무 괴로워요. 왜 내가 이렇게 살아야만 하는지요. 이 역사는 사람 살 곳이 못돼요. 이곳은 인간이 사는 장소가 아니에요. 금수와 같은 우리 노숙자의 삶은 오고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눈총 속에 짐승이나 다를 바 없어요. 사람이고 싶어요. 사랑도 받고 싶고 인간답게 살고 싶어요. 저를 이끌어주세요.
저 베드로예요. 어릴 땐 어머니 손 잡고 성당에 다녔어요. 미사 때 복사도 많이 했어요. 성모님께서 저의 기도를 들어주신 적도 있어요. 오늘도 이 자식 생각에 잠 못 이룰 어머니를 생각하면 저는 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불효자식이에요.
오늘은 유난히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나요. 제가 이 세상에 태어난 날이에요. 제 생일이에요. 노숙자인 저에게도 태어난 날이 있었어요. 저도 사랑받고 자랐어요. 저에게도 하느님께 감사하는 기도가 있어요. 제가 태어난 곳은 섬인데요 그곳엔 제가 할 수 있는 일도 없구요, 이렇게 사는 제가 미워요. 저도 저를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저를 이끌어주셔요."
오토바이 사고로 다친 다리가 아파서 걸을 수도 누울 수도 없이 절절매는 베드로 청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슴이 저려왔다. 얼굴은 두들겨 맞아 상처투성이요 몸은 망가질 대로 다 망가진 베드로 청년. 그에게도 하느님이 함께하시는 아름다운 사회가 되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노숙자, 그들은 우리 형제요 자매며 우리 아들딸이고 부모이기에, 우리가 버린 그들이기에 보듬어주는 그 님이 오시기를 고대한다. 그들 또한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이고 사랑받을 권리가 있지 않을까.
몰골이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진 그들. 역사 앞에 누워 자는 노숙자들에게 치유로 오실 그분을 기다리며, 베드로 청년은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몸이 회복되면 다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

또 사랑공동체에서 배식봉사를 하고 있는 베네딕토는 노숙생활에서 다시 일어선 청년이다. 일자리를 잃고 많은 날들을 방황하면서 노숙생활을 하던 중 사랑공동체 노숙자 배식 형제자매님들의 따뜻한 사랑에 감동되어 다시 서게 되었다고 한다. 예비신자 교리를 받고 세례도 받았으며 올 가을엔 견진성사까지 받았다. 힘차게 생활하는 베네딕토 청년은 가을철엔 고향으로 내려가 부모님 일손을 돕고, 다시 올라와 사랑공동체 노숙자 배식봉사를 하겠다며 즐거워한다. 그 청년의 모습을 보면서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마태 25,40) 하신 주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오늘도 서울역사에, 대학로에, 지하 빈 공간에, 길 잃은 수많은 노숙자들 아픈 영혼들이 치유로 오실 예수님을 기다리고 있다.
더운 여름날 역사에서 배식을 하고 있는 우리 봉사자들에게 음료수를 건네주고 가는 노숙자, 그는 베드로 형제다. 오늘도 어머니 생각에 다시 서려고 노력한다. 몸이 회복되는 대로 일을 다시 시작하여 어머니를 안심시키겠다고 한다.

_인보성체수도회 노숙자 사도직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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