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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레지오 마리애 /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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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2월 교본해설 - 레지오 마리애의 명칭
세나뚜스 조회수:1285 222.114.24.13
2016-01-21 09:54:55
      레지오마리애의 명칭

신문호(가브리엘) 신부


이름에는 이름을 지어준 사람이나 그것을 청하는 사람들의 바라는 마음, 즉 원의(願意)가 담겨져 있습니다.
비록 코미디물에나 등장할 만한 웃기는 이름이나 하찮아 보이는 이름에도 이름 지어준 이의 아름다운 사랑이나 깊은 뜻이 담겨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딸이 많은 집에서 끝순이, 말순이, 혹은 말자 등의 이름을 지어주는 것은 남아선호사상이 강한 한국에서 딸부잣집에 아들이 태어나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것이고, 남에게 놀림감이 될 만한 이름인 개똥이라는 이름에도 흔하디흔한 ‘개똥’이라는 이름을 지어줌으로써 자신의 아들이 건강하게 성장하길, 즉 무병장수하길 바라는 마음이 숨겨져 있습니다.

성서에서는 예언자들을 포함해 많은 위대한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우리는 하느님이 그들의 이름을 통해 무엇을 바라고 계시고, 그들을 통해 이 세상에 어떻게 역사하시는가를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그 예로서 기원전 11세기, 판관 시대의 느슨한 동맹체제에서 중앙집권적 왕정으로 넘어가는 시대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성 사무엘은 - 아시는 것처럼 사울 왕과 다윗의 머리에 기름 부어 그들이 하느님과 인간들 사이에 중간 역할을 하는 왕으로 축성한 - 예언자셨습니다. 그의 이름 사무엘은 ‘하느님의 이름’ 또는 ‘그의 이름은 하느님이다’라는 뜻으로 그를 통해 하느님만이 당신 백성의 유일한 왕임을 보여줍니다. 백성들이 원하였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사울을 기름 부어 왕으로 축성합니다. 그러나 ‘왕이란 자신 권위의 정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하느님 뜻을 따라야 하고, 왕은 백성을 섬김으로써 하느님을 섬겨야 한다’고 말하면서 그런 왕이길 포기했던 사울을 대신해 다시 하느님의 뜻대로 다윗을 왕으로 축성합니다.
우리에게 대예언자로 알려진 엘리야(기원전 9세기경 북이스라엘에서 활동하셨던 위대한 예언자로 엘리야는 ‘나의 하느님은 야훼이시다’라는 뜻)는 그의 이름처럼 진실한 하느님의 말씀을 말하는 예언자이며 왕가의 압박에 저항하며 살아있는 신앙을 수호한 예언자셨습니다.
또한 엘리사(대략 기원전 850-800년경 북이스라엘의 왕 아하지야, 요람, 그리고 여호아스 재위 기간에 활동하였던 것으로 여겨진다)는 엘리야의 후계자이며, 그의 이름은 ‘하느님께서 구원하셨다’라는 뜻인데, 그의 이름대로 이스라엘 백성들 사이에서 수많은 기적을 행하며 구원자이신 하느님을 널리 알렸던 인물입니다. 이 위대한 예언자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 안에서 전능하시고 유일한 분이 하느님 야훼임을 더욱 잘 알게 되었고, 기적을 통해 그 이름들처럼 하느님께서 계속 관심을 기울이며 구원하시는 분임을 알게 하였습니다.

이 글을 보고 계시는 분들 각자에게는 부모님이나 주변의 친척, 아니면 부모님의 간절한 소망을 알고 있는 분들의 도움으로 얻은 이름과 세례명이 있을 것입니다.
저의 이름은 문호(文浩)이며, 어머니가 저를 임신하시자 ‘글을 넓혀 세상에 알려라’라는 뜻으로 외할아버지께서 제 이름을 지어주셨다고 합니다. 또한 저의 세례명 가브리엘은 ‘하느님의 권위’(성무일도서, 9월29일 독서기도 참조)라는 뜻인데, 저의 수호천사인 가브리엘 천사는 하느님의 권위를 가지고 다니엘이 본 환시와 예언을 설명해 주고(다니 8,16~26), 즈가리야에게 세례자 요한이 태어남을 예고하였으며(루가 1,11~21), 그리스도의 탄생을 성모님께 알린(루가 1,26~38) 하느님의 특사인 대천사입니다. 저는 제 이름과 세례명으로써 외할아버지를 통해서 저의 가족과 하느님이 바라는 것을 느낍니다. 저 자신이 그 이름들에 합당하게 살아가지는 못하지만 제 이름과 세례명을 통해 드러나는 그들의 소망과 기원과 사명, 그에 걸맞는 건실한 삶을 살아가려는 노력을하게 됩니다.
아마도 이것은 여러분이나 저나 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인간의 이름에만 한정적인 것이 아니라 단체의 이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단체의 이름에는 그 단체의 특성과 취지가 숨겨져 있습니다. 그래서 교회 내 각 단체의 이름과 그 역사를 알고자 하는 우리의 노력은 교회나 교회를 통해 드러나는 그 단체의 정체성과 사명을 깨닫게 하는 것이기에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레지오 마리애’라는 이름은 설립1)된 지 몇 년 뒤에야 얻어지게 된 이름입니다. 이 모임의 모체가 ‘자비로운 성모(Our Lady of Mercy)’였기에, 첫 회합 때 이 단체의 이름은 ‘자비로우신 성모회(the Association of Our Lady of Mercy)’였습니다. 그러나 4년 뒤에는 ‘자비로우신 성모회’와 같은 모임이 많아져서 이 단체의 정체성과 사명이 드러날 수 있는 구체적인 명칭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설립자 프랭크 더프의 제안으로 9일 기도 끝에 ‘레지오 마리애(Legio Mariae)’ 다시 말해 ‘마리아의 군단’, ‘성모님의 군대’라는 라틴어 명칭이 1925년 11월 15일 만장일치로 정해지게 됩니다.
프랭크 더프는 로마제국의 막강한 군대였던 고대 로마 군단을 상기하며 ‘하느님 나라의 선교사명을 위해 악의 세력을 물리치는 새 하와인 성모님의 강력한 군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 명칭을 제안했다고 합니다(레지오 마리애 훈화집, 최경용 신부 저, 30쪽 참조).
레지오 마리애는 그 이름처럼 성모님의 군대입니다. 군대란 ‘일정하고 통일된 지휘 체계 아래서 군사력을 행사하는 국가의 한 기관’입니다. 군대의 주된 임무는 국가나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방위에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정한 대외정책을 이루기 위해서 힘 있는 후원자의 역할도 수행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국가의 위기 때 국내의 치안유지에 힘쓰고, 재해가 발생했을 때 복구에 큰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아시는 것처럼 여름 수해를 입었을 때에도 낙산사 화재와 같은 큰불이 났을 때도 군대는 국민들과 협력하여 복구 사업에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세속의 군대도 자신이 속한 집단이 외부로부터 어려움을 받지 않도록 방위에 힘쓰며, 자연 재해나 소속된 곳에 어려움이 생겼을 때 많은 도움을 주는데, 성모님의 군대는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성모님의 군대는 사령관이신 성모님의 지휘 아래 하느님의 힘이 세상 방방곡곡 미칠 수 있도록 노력하기 위해 먼저 자신의 신앙 고취에 진력해야 할 것입니다. 동시에 성모님이 사랑이신 하느님, 말씀이신 하느님을 잉태하셨듯이 레지오 마리애에 속해있는 단원들은, 개별적으로는 마리아의 군인으로 주님의 말씀과 사랑을 품고 사랑이 필요한 이 세상에 기도와 희생어린 봉사에 힘을 다해야 하며, 공동체적으로는 세상에 악이 침범하지 않도록 함께 기도로써 방어하며 하느님의 나라의 기쁜 소식이 세상 곳곳에 전파되어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사실 우리 모든 이의 자상한 어머니이신 성모님은 우리 병사들이 모여 있기도 전에 이미 함께하시며, 각 병사를 선택하시고 불러주십니다. 또한 레지오 역사 안에서 훌륭한 모범이 되셨던 에델 퀸(Edel Quinn)과 알퐁소 램(Alfonso Lambe)과 그 외 많은 레지오 단원들의 희생어린 삶에서 드러나듯2) 성모님과 더 굳은 마음으로 일치하면 할수록 더욱 큰 성과를 이루어왔음을 기억하면서 레지오 마리애가 성모님의 군대이며, 각 단원은 그분의 군사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군인이 자신과 싸울 상대를 두려워하고 그 싸움을 회피한다면 그 나라의 미래는 없는 것입니다. 우리들도 영적인 전쟁에서 물러섬 없이 용맹한 군인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고, 군인 혼자 전쟁을 이길 수 없듯이 서로 위로하고 레지오 규율에 온전히 복종함으로써 한 규율을 통해 하나의 군단을 이루어 영적 전쟁에 임해야겠습니다. 다시 한번 성모님의 군대인 ‘레지오 마리애’란 이름을 통해 부여된 하느님의 뜻이 이 세상에 이루어지도록, 이름에 걸맞는 삶을 이루도록 노력합시다.

_불광동 성당 부주임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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