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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9월 훈화 - 순교자의 피는 그리스도인의 씨앗
세나뚜스 조회수:940 222.114.24.13
2016-01-21 10:15:51
 순교자의 피는 그리스도인의 씨앗

최홍길 레오 신부(대구 세나뚜스 지도신부)


우리 신앙선조 순교자들을 기리는 순교자 성월을 다시 맞이하였습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한국교회는 1984년 103위 성인이 탄생된 이래 다시 윤지충 바오로를 비롯한 동료순교자(123위)와 한국인 두 번째 사제 최양업 토마스와 김범우 토마스 등 126위의 시복시성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얼마나 감사하고 감격스러우며 은총 충만한 세월을 사는 것입니까.

일찍이 떼르뚤리아누스(Tertullianus)는 “순교자의 피는 그리스도인의 씨앗입니다”라고 했습니다. 초대교회는 3백 년 넘게 모진 박해를 받았지만 신앙이 쇠잔해지지 않고 박해의 칼날을 휘두를수록 오히려 더 널리 퍼져 세계 전역으로 확산되었던 것입니다. 한국교회 역시 순교자들이 목숨을 바쳐 지켜 물려준 신앙 유산의 토대 위에 오늘의 신앙을 사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우리들의 참모습(일찍이 우리들이 세례 때 은총·활력 넘치고 기쁨에 찼던 아름다운 얼굴)을, 잃어버린 자화상을 다시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순교자들은 신분, 가문도 버리고 고향을 떠나 정처 없이 떠돌다가 심산유곡에 자리 잡고 교우촌을 이루어 그리스도 안에 한 형제자매로 은총과 기쁨과 평화 가운데 사셨습니다.

성모님의 사랑 속에 지상여정을 걷고 계신 단원 여러분!

근년에 교회 내 뜻있는 이들로부터 200주년 이후 우리의 순교신심이 퇴색하고 실종됐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눈을 들어, 그 많은 순교자들 가운데 먼저 성인위에 올림 받으신 103위 순교성인 한분 한분을 바라보며 생각해 보십시오. 2백 년 가까운 세월을 격해 있지만 같은 주님의 은총과 평화 가운데 여전히 신앙적인 믿음과 통교(通交,Communio)가 가능함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교회 200년 역사 가운데 전반부 100년 동안의 압제 하에서는 물론이려니와 6·25전쟁 때 숨져간 유명무명의 순교자들은 또 얼마나 많습니까. 우리에 앞서 가며 피로써 신앙을 지킨 이가 얼마나 되는지요.

신앙 자유를 누리는 지금 여전히 일상적인 신앙생활에 머물러 있고 이웃 전교에 힘없으며 냉담자 회두(回頭)에 미약한 자신을 감히 우리의 선대 순교자의 삶에 대비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시대 신앙과 목숨을 맞바꾸어야 하는 직접적인 피의 순교(赤色殉敎)의 기회가 당장에는 주어지지 않는 듯 보이지만 우리의 일상(日常)가운데 불림 받은 그 자리에서 그리스도 신자이기에 감당해야 할 고난(苦難)과 역경(逆境)이 가로놓여 있을 것입니다. 틀림없이 순교의 기회이며 내적 순교가 요청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 나라를 앞당겨 사는 수도자(修道者)들이 이미 천상적인 것을 위하여 지상적이고 현세적이며 자기중심적인 데서 철두철미 자신을 죽이고 청색순교(靑色殉敎)를 작정했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Hic et Nunc) 우리들은 백색순교(白色殉敎)를 해야 할 것입니다.

성모님 대전에 한 가족으로 살아가시는 형제자매 여러분!

앞서간 순교자들의 그 뜨거운 피가 내 가슴속에, 내 혈류 속에 맥맥이 흐르고 있지 아니합니까. 순교자 한분 한분을 똑바로 바라보며 그분들의 나이를 따져보고 그분들의 직업과 직분을 헤아려 그분들의 환희에 넘친 최후의 환한 얼굴을 오늘의 신앙인, 나의 얼굴이 되게 할 수는 없는 것입니까. 그분들의 열정이 나의 열정이 되고 그분들의 정신이 나의 정신이 되며 그분들에게 참으로 소중하였던 신앙이 나에게도 참으로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신앙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선조신앙인 순교자들이시여!
천상영복을 누리시며 저희들과 저희 나라의 복음화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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