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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1월 훈화 -영원히 사는 죽음인가, 영원히 죽은 삶인가?
세나뚜스 조회수:207 222.114.24.13
2016-01-21 10:17:24
영원히 사는 죽음인가, 영원히 죽은 삶인가?

최홍길 레오 신부(대구 Se. 지도신부)

성당 일대에 수북히 쌓인 낙엽을 밟으면서 또다시 한 해가 저물어가는 것을 체감합니다. 교회력 또한 2006년의 마지막을 예고하면서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사색과 묵상에 잠기게 합니다.

그리스도 신앙인이라면 누구든지 잘 살고 잘 죽기로 작정하여 사는 이들이라고 하겠지만, 특별히 위령성월은 더욱 열심히 죽은 이를 위해 기도하고, 또 자신의 삶과 죽음을 깊이 체현하며 사는 한 달이라 할 것입니다. 더욱이 ‘한평생 싸움이 끝난 다음 저희 레지오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주님의 사랑과 영광의 나라에서 다시 모일 수 있도록’ 간절히 열망하며 ‘기도하고 공부하며 활동하는’ 레지오 단원들에게는 참으로 은혜롭고 특별한 달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 인간의 생애란 그 첫출발부터 순간순간 죽음의 시간들을 재촉하며 사는 아이러니에서 비롯된다고 할 때, 인간에게 가장 시급하고 절실한 일이란 결국 ‘사느냐 죽느냐’문제일 것입니다.

지나간 해의 신문철을 들춰 보면 어느 하루인들 사고가 없는 날이 없고 죽음에 관한 기사가 없는 날이 거의 없습니다. 그만큼 삶이 어렵고 각박하며 죽음 또한 쉽게 부딪쳐 오는 현실이 되었다고 할 것입니다. 이 세상에 종류가 많은 것도 많지만 죽음의 양상 역시 얼마나 천태만상입니까. 사람 얼굴이 저마다 다른 것처럼 각기 다르게 죽어가고, 시대의 변천에 따라 죽음의 유형도 변모된 것 같다고 한다면 지나친 말일까요. 지금 나는 어떻게 죽어가고 있으며, 어떻게 어느 정도로 살아있는 것인지 자못 안쓰럽고 안타깝습니다.

많은 이들의 경우 ‘죽을 시간’도 없을 만큼, 사는 데 몹시 바쁘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우리의 삶에서 얼마나 많은 계획과 일들을 다음으로 미루며 살아갈까요? 누구든지 죽음을 눈앞에 두게 될 때 근심하고 불안해하며 초조해질 것입니다.

종종 신문이나 방송, 각종 매체를 통해 순교자들을 비롯한 순국열사들의 장한 삶과 죽음에서 볼 수 있었던 것처럼, 앞서간 선대 의인들은 어쩌면 그토록 죽음을 앞둔 최후의 순간들을 의연하고 당당하게 맞이할 수 있었을까요. 세월이 흐름에 따라 순교자와 배교자도, 애국자와 매국노도, 충신과 변절자도 모두 이 세상을 떠나갔습니다. 누가 옳고 그른지 또한 무엇이 참이고 거짓인지 시간과 역사는 명명백백 판별해 줍니다. 실로 배교자와 배신자들이 당장에는 죽지 아니하고 떵떵거리며 천년만년 잘살 듯 비치지만 세월과 더불어 지금 그들의 존재, 그들의 이름, 그들의 자리는 이 세상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반면에 순교자와 애국애족하신 분들은 그 당시에는 죽은 삶이었던 듯 보여졌지만 지금 이 순간에 역사 속에, 우리들의 삶의 자리 한복판에 영원히 살아계십니다. 그들 의로운 이들은 자유와 진리와 정의 편에서 살고 죽었습니다. 순교자들은 그리스도님의 죽음 안에서 세례 받은, 부활한 그리스도님의 운명(로마 6장)을 살았기에 죽음이 죽음이 아니라 그리스도님과 함께 영원히 산다는 메시지가 되었을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인간이란 누구든, 어떤 모습으로 죽어가든 결국 죽는 듯하지만 영원히 ‘사는 죽음’을 맞이하거나, 아니면 잘 사는 듯하지만 마침내 허망해질 수밖에 없는 ‘죽은 삶’에 얽매이거나 하는 두 갈래 갈림길에서 삶과 죽음을 동시에 맛보며 살아가는 존재라고 하겠습니다.

사도 바오로의 말씀대로 첫째 아담의 범죄로써 이 세상 전 인류에게 죽음을 가져왔지만 둘째 아담에 의하여 새로운 생명이 주어졌습니다(로마 5,17-21). 이것은 죽음을 극복한 하느님의 은총이요 선물인 것입니다. 새 아담 예수 그리스도님은 피땀이 흐르도록 오뇌하며 머리에서 발끝까지 아니 찢기고 터진 데 없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지만 죽음을 이기고 영원히 사셨습니다. 수많은 성인들과 순교자들이 그리스도님처럼 살다가 죽어갔습니다. 오늘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우리들 역시 새 아담 그리스도님처럼, 순교자들처럼 - 죽음이 죽음이 아니요 죽음을 넘어서 영원히 사는 길을 따라 - 그렇게 살며 죽어가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다른 이들의 죽음을 보며 천상영복을 빌 때마다 자기 자신의 삶과 죽음도 동시에 바라보며 ‘나는 영원히 사는 죽음을 맞이하려는가, 아니면 영원히 죽은 삶을 의식없이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스스로 깊은 성찰과 묵상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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