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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2007년 2월 향기로운 사람 - 안동교구 북면성당 박병권 프란치스코 형제
세나뚜스 조회수:276 222.114.24.13
2016-01-21 10:21:16
   향기나는 성당의 향기로운 사람
-안동교구 북면성당 박병권 프란치스코 형제-

안동에서 영덕까지 1시간 40분, 다시 영덕에서 북면까지 1시간 40분을 달리자 낮은 언덕 위에 회색빛 등대 같은 종탑이 있는 성당이 보였다. 나선형 계단을 올라가면 바다가 보이고 아직도 미사시간을 회장님이 종을 쳐서 알린다는, 요샛말로 아날로그 종탑이다. 첫눈에 성당 마당 천사상이 들어온다. 흰 날개를 단 열두 천사가 악기 연주와 노래를 부르고 있는 성당 마당에서 만난 박병권 프란치스코 형제님. 레지오 간담회에서 만장일치로 추천을 받았다고 전화로 협조를 부탁하자 조심스레 응시하고 멀리서 오는 기자를 배려하시더니, 과연 그 모습이 짐작대로다.
취재 도중 자꾸만 화제를 북면성당 모든 신자와 신부님에게로 돌리시는데, 겸손의 내공이 보통이 아니다. 형제님의 너무도 지극한 성당 사랑에 못 이겨 먼저 향기 나는 성당을 둘러보기로 했다.
안동교구 최북단이자 강원도와 경상도의 경계선에서 남쪽으로 50km, 울진 북면 13개리를 수용하고 신자 수가 443명, 세대 수 175세대, 그러나 주일미사 참례신자는 100명 남짓, 여느 성당 건축물과는 외관상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는 사연을 들어보았다. 울진성당에서 분당한 후 초대 주임신부이신 이기정 신부님의 용단으로 새 성전을 건축, 1998년 5월 성전을 봉헌했다.
조금은 거친 듯한, 낯선 느낌의 바깥 모습과는 전혀 다른 아담한 이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면 하느님과 직접 대화가 가능할 것 같은 느낌이다. 정면에서 벗어나 비스듬한 자리에서 휴식을 취하시는 듯한 예수님과 아담한 제단, 감실, 스테인드글라스, 성수대, 눈길 닿는 곳마다 예술의 향기가 가득하다. 영화나 드라마 촬영장소로도 유명하고 동해안 관광의 필수 코스이며 성당에서 마련한 숙박시설도 좋고 저렴하단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북면성당의 내적 아름다움이라며 나눔과 섬김의 실천으로 지역사회에 미치는 큰 영향을 꼽는다.

박병권 프란치스코(50세), 부산 기장성당에서 1988년 세례 후 1992년 울진 원자력발전소로 직장을 옮기면서 울진성당 정의의 거울 쁘레시디움에서 출발, 2002년 5월 북면성당 정의의 거울 쁘레시디움 초대 단장, 이후 지금까지 북면성당의 지혜의 거울에서 다시 은총의 샘 초대 단장을 역임하며 연임기간을 채우고, 평단원으로서 북면성당의 진정한 정의의 거울과 은총의 샘이 되고 있다.
부인 전미련(글라라) 현 꾸리아 단장과 결혼하고 2년 후 1988년에 세례받기까지의 사연이 예사롭지 않다. 그때까지만 해도 자신은 하느님의 존재는 인정은 했지만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한다. 다만 아내의 신앙을 방해하지 않는 수준이었다. 어느 날 집에 돌아와 한 수녀님이 단아한 자세로 앉아 계시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수녀님을 본 순간 온 집안이 알 수 없는 것으로 가득 차 있음을 느꼈고, 자신이 본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어서 거부할 수 없는 끌림이 있었다고 한다. 끌려가지 않으려고 일부러 수녀님을 곤란하게 할(비신자는 아무리 착하게 살아도 천당 목 가고, 신자는 아무리 악해도 천당 가느냐고 질문했는데, 죄스러워 늦게나마 수녀님께 사과드린다고 한다) 질문을 던지면서 발뺌했지만 30분의 대화가 무신앙 30년을 단번에 수포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것이 주님의 부르심이었다.
그후 주님을 가까이 모시면서 살아온 기쁨과 감사로 피운 꽃들이 본당과 지역사회 곳곳에 향기를 남겼다. 북면성당에서 일어나는 모든 주님 사업의 시작과 끝에 형제님이 있었다는 사실은 이미 레지아에서 들어 알고 있었다. 울진군 축구연합회 부회장으로 봉사하면서 선교에 도움을 주고 있고, 특히 교구 내 족구대회에서 우승한 사실은 신나게 자랑한다.
특히 보람 있었던 순간은, 청각장애인 노부부를 5년 동안 돌보았는데 소식을 모르던 아들이 막걸리를 사들고 성당까지 찾아와 신부님께 감사인사를 드린 일이라며, 레지오 단원들과 함께 다니는 목욕, 집 고치기 등의 봉사는 이제 자신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고 한다.
부족한 예산으로 성당을 지을 때 전 신자가 오징어를 차떼기 해 밤잠을 줄여 가며 씻어 말려 전국 성당으로 오징어 장사를 다니던 일, 독거노인 돌보기와 직장 내 봉사로 불우 이웃 돌보기, 2001년 주민 참여 대바자회 때 얻은 수익금으로 소외된 이웃 돌보기와 성당 건축비 빚 갚기에 힘을 보탠 일, 특히 청소년을 위한 공간이 절대 부족한 이 지역 청소년들을 위한 쉼터를 만들어 정신적 울타리가 된 일, 성당 주최 해맞이 행사와 매년 여는 경로잔치, 타 지역에서도 참여문의가 온다는 사진과 서예 강좌 등. 북면 신자들과 함께 이룬 하느님 사업은 일회성이 아니었다. 주민을 위한 열린 교회의 역할로 이기정 신부님이 자랑스런 울진군민상을 받은 이야기도 꼭 써달라고 한다. 지금까지 그래왔지만 앞으로도 내적, 외적, 전례적 삼위일체를 이루면서 성당과 지역사회의 빛과 소금 역할을 하며 보람과 행복을 찾겠다는 형제님,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맑고 깨끗한 모습이 변치 않을 것 같다.
미약한 자신의 역할이 하느님 보시기에 좋으시다면, 영적 영향을 주신 이기정, 전장호 신부님 그리고 홍순일 전 회장님의 지지와 가르침 때문이라고 한다. 수녀님이 안 계시는 작은 성당에서 전례봉사와 미사 준비를 맡아 하면서 꾸리아 단장으로서도 묵묵히 협조하는 아내 글라라와 신자들, 물심양면으로 협조하는 직장동료들의 도움을 얼마나 강조하시는지.
“공소였을 때 레지오를 할 장소가 없어서 성모님 상을 바구니에 담아 모시고 다니면서 회합을 했어요. 안동에서 매달 열리는 레지아 회합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주일 새벽밥을 먹고 완행버스를 타고 비포장 길을 오갔지요.”
4간부와 함께 오가는 길에 바다를 보며 묵주기도를 했고 사계절 자연의 변화에도 하느님 섭리를 알고 행복했다고 한다. 꾸리아 단장 6년 연임을 마치고는 쉽게 채워지지 않는 단장 자리를 아내 글라라에게 넘겨 이제는 매달 글라라 자매가 레지아 월례회에 참석한다.
울진본당에서 만난 후 자신의 신앙생활에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을 주신 홍순일 다우리스 전 회장님이야말로 진정 ‘향기로운 분’이시라고 하며 자신의 정신적 지주이자 모든 신자들의 귀감이라고 강조한다. 시종 다른 사람 칭찬으로 시간을 보내느라 주인공인 프란치스코 형제에 대한 비중이 줄어들었지만 이 또한 형제님을 더 향기롭게 하는 겸손함이다. 무엇보다 고운 향기가 겸손과 타인에 대한 배려라는 것을 우리는 성모님의 모습에서 배우고 익혀왔다.
바다를 향해 서서 나눔과 섬김을 실천하며 사는 사람들을 품고 있는 아름다운 성당, 그 안에서 너무도 행복하다는 프란치스코 형제님. 내 집처럼 성당을 꾸미고 드나들며 가족처럼 살아가는 교우들. 특별한 날이면 찾고 싶은 성당이자 만나고 싶은 사람으로 레지오 가족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다.

-김 안자 아녜스(안동 Re. 명예기자) 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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