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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교회는 그리스도의 살아있는 기념이다 - 하성호 사도요한
세나뚜스 조회수:2184 112.166.26.76
2016-01-21 12:55:01
   교회는 그리스도의 살아있는 기념이다 

                                                        하성호 사도요한(대구 세나뚜스 담당사제)

“교회는 그리스도의 살아있는 기념이다.” 여기서 ‘기념’이라는 말은 성경적으로 과거의 어떤 구원사건을 지금 이 자리에서 고스란히 그대로 실현한다는 개념이다. 다시 말해 ‘기념’이라는 말은 성경적으로 ‘현실화’ 내지 ‘현재화’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앞의 신학 명제는 “교회는 그리스도의 살아있는 현실화(현재화)이다”라고 새로 고쳐 표현할 수가 있다.


교회는 “하느님의 백성”, “그리스도의 몸” 등으로 신학적 설명을 한다. 하느님의 백성이나 그리스도의 몸은 나와 너, 우리가 모여 이루는 것이다. 그래서 앞의 명제에서 교회라는 말을 나와 너, 우리라고 바꾸어 놓을 수가 있게 된다. 나와 너도 그리스도의 살아있는 현실화(현재화)가 되는 것이고, 나와 너가 모여 이루는 ‘우리’도 그리스도의 살아있는 현실화(현재화)이어야 한다.
그래서 교회가 존재하는 것도 그리스도의 현존 때문이고, 교회의 존립목적도 그리스도의 현존이다. 다시 말해 교회를 보고 사람들이 그리스도를 보아야 한다. 그래야 교회는 명실상부하게 교회인 것이다. 교회를 이루는 구성원들이 나와 너, 바로 우리들이라면, 나와 너, 그리고 우리들을 보는 사람이 그리스도를 보아야 한다. 그럴 때만이 우리는 비로소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이다. “그리스도와 하나 되는 세례를 받은 여러분은 다 그리스도를 입었습니다.”(갈라 3,27; 로마 6,3 이하 참조)


이렇게 교회와 우리 그리스도인과의 관계에 대한 묵상들을 하면서 이런 생각들을 해보게 된다. 다른 이들이 나에게서 과연 그리스도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발견하고 있을까? 이 물음에 봉착하여서는 또 다른 생각을 해본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 속한 한 사람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와 너가 모여 이룬 세상의 모습이 결국 우리의 모습이란 결론이 나올 것이고, 그렇다면 세상을 가만히 보면 결국 나의 모습을 보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현재의 세상의 모습이 결코 그리스도의 모습이 아니라면, 지금 나의 모습도 그리스도의 모습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부끄럽지 않은가!


그래서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우선 현재 나의 몸 안에 무엇이 담겨있는가를. 몸 그 자체는 동물성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생명력도 동물성이고 병들어 죽는 것도 동물성이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의 몸이 소중하다고 여긴다. 그 이유는 인간의 몸은 영혼을 담고 있고, 영혼을 통하여 정신의 세계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역으로 말하면 인간은 정신적 실재와 가치들을 동물성인 몸 안에 담아내고, 몸을 통하여 실현한다. 사랑, 정의, 평화, 자비, 용서, 위로 등의 이 모든 것들을 몸으로 표현하고 실현하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다.
그렇게 사는 것이 원래 창조주의 하느님께서 가지신 인간 창조의 의도였다. “우리와 비슷하게 우리 모습으로 사람을 만들자.”(창세 1,26)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당신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셨다.”(창세 1,27) 하지만 현재의 나와 너, 우리의 모습은 그렇지가 못한 듯하다. 우리의 몸은 창조주 하느님의 뜻을 담아내는 데도 부끄럽고, 그 뜻을 실현하는 데도 부끄럽다고 고백하고 싶을 뿐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몸이 담아내는 것 바로 그것 때문에 세상이 지금의 이 모습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욕망과 욕구들이 우리 몸에 담기고 실현되기 마련인데, 바로 그것들을 그리스도화 시키지 못하고 있음이 사실이 아니겠는가!
이쯤해서 우리는 참된 신앙인, 명실상부한 그리스도인으로 거듭 태어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작업인가를 다시금 고백하게 된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그렇게 태어나는 것을 소홀히 하고, 우리 안에 그리스도를 현존시키는 삶을 살지 못한다면, 교회는 한낱 인간의 집단에 지나지 않게 된다. 교회를 찾는 사람들의 동기야 수없이 많이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그리스도 때문이라는 한 점으로 수렴되어야 한다. 그 이외의 동기들은 모두 부차적인 것에 불과할 것이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살아있는 기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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