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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월간 빛 - 안나 할머니와의 만남
세나뚜스 조회수:356 112.166.26.76
2016-01-21 13:04:45
 안나 할머니와의 만남

김남수(가타리나)|대덕성당, 천상궁전의 쁘레시디움  

저의 시집은 유교사상이 완고한 집안이라 가톨릭에 대해서는 생소하기만 하였습니다. 저 역시도 40대 초반까지는 불교신자였고요. 그러던 중 이웃 자매님의 권유로 가톨릭에 입교하여 1984년도에 세례를 받긴 했지만, 그저 오랜 세월 주일만 지키는 발바닥 신자로 살면서 집안사람들에게는 성당에 다닌다는 말조차 제대로 밝히지 못한 채 살아왔지요.

세례를 받고 1년 지난 1985년, 셋째 며느리인 제가 시어머님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시어머님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서 시숙님께 ‘시어머님께 대세를 드려야겠다.’고 말씀드리니 시숙님께서 ‘대세가 무엇이냐?’고 물으시더니 제 뜻대로 하라 하시기에 ‘마리아’라는 본명으로 시어머님은 대세를 받으셨습니다. 그리고 시어머님은 돌아가시기 전 대소변도 분별하지 못한 상태에서 92세의 일기로 별세하셨습니다.

원래 저의 성격이 내성적인 데다 엄격한 집안에 눌려 살아서 그런지 누구 앞에 나서는 것을 꺼려했고 매사에 자신감도 없었습니다. 그런 세월을 사는 동안 2007년 남편도 ‘베드로’라는 본명으로 대세를 받고 떠나갔습니다. 시어머님과 남편을 영세시키지 못한 아쉬움이 많았었지만 대세라도 받고 보내드린 것을 주님께 감사드리면서, 그해 10월 레지오 마리애(천상궁전의 모후 Pr.)에 입단하여 영대병원 병실 봉사활동을 하면서 평단원으로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리고 2008년 평단원으로서 세나뚜스 레지오 마리애 간부교육에 참가하여 6주간의 교육을 받으면서 교육 중 ‘순명하라.’는 강의를 들으면서 마음속으로 ‘나도 순명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지요. 교육을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단장님으로부터 회계를 맡으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사실 예전 같으면 무조건 못한다고 거절했을 텐데 이상하게도 선뜻 응하게 되었습니다. 

회계를 맡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저에게 다시 서기를 맡겼습니다. 이번에도 겁도 없이 또 거절하지도 않고 순명하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그런 용기가 났는지 저 자신도 놀랐지만 이는 분명 제가 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과 성모님께서 함께 해주심이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2009년 3월, 저는 두 사람을 저희 본당에, 한 사람은 타 본당에 입교시켰습니다. 영대병원 병실 봉사활동 중에 제 담당구역은 아니었지만 봉사자 가운데 형제님이 저의 본당구역이라 소개를 받은 것이지요. 그래서 저와 같이 활동하는 크레센시아 자매님과 함께 대상자 할머니를 찾아 갔는데, 할머니는 12번째 항암치료를 받고 퇴원해야 하는 분이셨습니다. 낮에 한번 갔다가 저녁 7시에 다시 할머니를 모시러 갔더니 날씨가 너무 쌀쌀하여 모시는 것이 쉽지가 않았습니다. 하지만 퇴원하는 그날 저녁이 아니면 또 6개월 뒤로 미루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고, 또 주님과 성모님과 함께라면 불가능한 일이 없다는 것을 믿고 체험했기에 할머니께 갔습니다.

힘겹게 한 시간의 교리를 끝마치고 부단장님(지금은 단장님) 장부께서 그분을 집까지 모셔다 드리고 틈틈이 돌봐드리며 교리를 받도록 도왔습니다. 그리고 2009년 7월 6일, 그렇게 열심히 교리를 받던 중 갑자기 대상자의 병세가 악화되어 병원에 가야 한다는 연락을 받고 급히 응급실에 입원을 시켜드렸습니다. 그리고는 종일 돌봐드리다가 저녁에는 간병사를 데려다주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주님, 왜 제게 이런 힘든 사람을 만나게 해주셨어요?’라고 투정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마음은 잠시 스쳐지나갈 뿐이고 그 대상자의 아들은 미국에 있고 딸이 서울에 있으니 나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할머니의 사정을 생각하면 모른 척 할 수가 없었습니다.

할머니의 갑작스런 입원으로 교리를 받지 못하게 되자 수녀님께서 연령회 부회장님을 모시고 오셔서 ‘안나’라는 예쁜 세례명으로 대세를 주셨습니다. 그 순간 아이처럼 기뻐하시던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더 잘 보살펴 드려야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을 하였습니다. 그 뒤 이미 입교시켰던 두 사람은 8월 30일 본당에서 세례를 받았고 안나 할머니는 입·퇴원을 반복하다가 2009년 9월 3일, 신부님과 수녀님을 모시고 보례로 세례·견진·병자성사를 모두 받는 은총을 받으셨습니다.  

부족한 사람에게 참으로 감사하다시며 할머니가 성체를 받아 모실 때는 저도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리고 안나 할머니는 감사의 마음으로 성당기금에 보태 써 달라며 300만 원을 선뜻 내어 놓으셨습니다. 그 순간 부족함 많은 저에게 안나 할머니를 만나 이렇게 마음의 눈을 뜨게 해주시고 하느님을 뵙게 해주신 성모님의 은총에 감사기도를 드리며 그동안 저에게 힘과 용기를 준 우리 레지오 단원들에게도 감사드렸습니다.

다음에도 또 다른 안나 할머니와 같은 대상자를 만날 수 있게 해주십사, 하고 조용히 묵상해 봅니다. 아울러 지금 이 순간에도 호스피스 병실에서 치료 중인 안나 할머니에게 하느님의 자비하심으로, 성모님의 돌보심으로 부디 선종의 은혜를 베풀어 주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작고 더딘 걸음이지만 한 발자국 한 발자국씩 주님께 다가가갈 수 있게 이끌어주신 성모님, 감사합니다. 영광을 돌립니다.

* 그뒤 안나 할머니는 하늘나라로 떠났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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