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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도 원수가 있었네요
박요한 조회수:1143 121.150.99.67
2016-05-31 09:49:08

내게도 원수가 있었네요

 

상지종 신부 - 의정부교구 송산성당

 

언젠가 외롭고 지쳐 있을 때 당신은 바쁘다고 지나쳐 버리더군요.

그때 당신은 나에게 원수였지요.

아쉽지만 어쩔 수 없이 등 돌렸던 당신의 안타까운 처지를 이해하기보다 당신을 향한 원망만 가득했답니다.

언젠가 나 자신이 기특해 당신께 살며시 자랑했더니 당신은 코웃음 치며 그냥 넘겨버리더군요.

그때 당신은 나에게 원수였지요.

나에게 겸손을 가르쳐 준 당신의 깊은 뜻을 새기기보다 당신을 향한 마음을 굳게 닫았답니다.

언젠가 내 실수로 몸 둘 바를 모를 때 당신은 눈물이 날 정도로 질책하더군요.

그때 당신은 나에게 원수였지요.

다시는 실수하지 말라는 당신의 참사랑을 받아들이기보다 당신을 향해 차가운 비난의 화살을 날렸답니다.

 

“원수를 사랑하여라.” 원수가 있다면 사랑할 텐데, 원수 없이 둥글둥글 사는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가르침일 뿐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네요. 결코 아니었네요.

하루에도 수없이 마음속에 수많은 원수들을 만들고 그들과 씨름하는 못난 나를 돌아보니 말이지요. 마음속 원수들을 이해하고 보듬기보다 내 마음대로 살리고 죽인 모진 나를 돌아보니 말이지요.

“원수를 사랑하여라.” 참으로 내게 주시는 예수님의 날카로운 사랑의 가르침임을 새삼 깨달으면서 마음속으로 다져봅니다.

“원수를 사랑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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