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문답
전우익 선생이 뇌졸중으로 대구 성모병원에 입원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권정생 작가와 함께 병문안 갔다.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輪回가 화제로 올랐다.
권 작가가 말했다. “그러니까 사람이 죽어도 죽지 않고 다시 태어나서 이것도 되고 저것도 된다는 거 아냐? 그게 윤회의 수레바퀴라면 왜들 거기에서 벗어나겠다는 건지 모르겠어. 한 사람이 죽지 않고 계속 돌아가면서 거지도 돼보고 왕자도 돼보고 사슴도 돼보고 돼지도 돼보고 성자도 돼보고 강도도 돼보고 미꾸리도 돼보고 독수리도 돼보고 시아버지도 돼보고 며느리도 돼보고 천사도 돼보고 악마도 돼보고… 뭐 이런 거잖아? 그게 얼마나 좋은데, 왜 거기서 벗어나야 한다는 거지?
내가 맞장구쳤다. “거 말 되네.”
권 작가가 말을 이었다.
“한 사람이 이것도 돼보고 저것도 돼보고 그래서 모든 것이 돼 보면 그러면 좀 알겠지.”
내가 물었다.
“뭘 알아?”
듣고만 있었던 전 선생이 한쪽으로 치켜 올라가 삐뚤어진 입으로 어눌하게 대꾸하셨다.
“별거 아니라는 거!”
셋이 한바탕 웃고 말았지만 무슨 선禪문답을 들은 기분이었다.
이현주|『풍경소리』 ‘살며 깨달으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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