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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월간 빛 - 누가 대세를 주셨나?
세나뚜스 조회수:2423 112.166.26.76
2016-01-21 12:57:28
  누가 대세를 주셨나?

                                         서일택(요셉)|삼덕성당 ‘천사들의 모후’ 쁘레시디움  

찬미예수님!

부족한 저에게 이 글을 쓰게 해 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생활담 이야기는 성당에 다니게 된 동기와 병원에서 대세를 받은 이야기를 중심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자식들이 “아버지, 이제는 성당에도 다니시고, 연세가 비슷한 신자들과 만나서 기도하고 이야기도 하며 친목을 다지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다?”라는 권유를 딸과 며느리로부터 몇 번이나 받았습니다. 그래서 권유대로 성당에 한 번 나가보기로 마음을 정하고는 집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성당 사무실에 무작정 찾아갔었습니다. 사무실 여직원에서 물어보니 “현재 교리반이 추워서 휴강입니다. 내년 3월에 교리반을 개설하니 그때 다시 오세요.”라고 하여 그냥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이후, 어느 주일에  며느리가 오늘 성당에 함께 가보자고 하여 따라 간 곳이 걸어서 이삼십 분 정도 걸리는 시내의 한 성당이었습니다. 평생 처음이라 낯설고, 사람들이 행하는 동작을 곁눈질하면서 따라하는데 동작도 서툴 뿐 아니라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도 몰라 멋쩍고 부끄러운 생각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나름대로 오랫동안 다녔던 신자들도 처음에는 다 그랬을 것이다.’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으며 이왕 성당에 다니기로 작정한 이상 무엇인가 제대로 조금이라도 알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미사 책도 읽어 보았지만 도무지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속이 계속 더부룩하여 병원에 가서 진찰과 검사를 한 후 10여 일이 지나가 병원에서 내원하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병원에 가서 다시 혈액검사, 내시경 검사, X선 촬영 등의 과정을 끝내고 대기하던 중 의사선생님께서 “입원하여 수술을 해야겠습니다.”라고 하셨습니다. 수술을 해야 된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에 속으로 겁도 나고 자식들에게 부담이 될까봐 걱정이 앞서 무슨 병이냐고 물어보니 “위가 많이 상해서 수술을 해야만 합니다.”라고 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저의 상태는 위암 3기였습니다. 그래서 1998년 12월의 추운 겨울날, 위장을 80% 정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수술 후 2-3일이 지나자 의사선생님은 전이로 인해 의심나는 부분이 있다며 재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재수술 후 병세가 더 악화된 상태에서 수술한 부위의 실밥을 빼는데 수술한 부위의 살 거죽이 곪아터져 배 속으로 내장이 다 드러났으며, 곪은 부위에서는 고름이 쏟아져 나와 악취가 병실을 진동케 하였습니다. 주변의 환자들과 보호자들은 놀라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얼굴을 찌푸리고 지켜보고 있었고, 의사선생님은 다급한 행동으로 동료 의사선생님을 불러 수술 부위를 소독한 후 임시로 붕대와 복대로 처리하여 일주일간 수술한 부위를 꿰매지도 못한 채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오전, 누군가가 병실 문 앞에서 “혹시 성당에 다니는 분 계십니까?”라고 물어 왔습니다. 제가 누워서 손짓을 하니 병실로 들어와서는 “본명이 무엇입니까?”하고 물었습니다. 그리고 그 분은 “병원 원목실에서 병실을 찾아다니며 교우 환자들을 위해 기도를 합니다.”라고 하였고, 제가 “본명이 무엇인지 모릅니다.”라고 하자 신자가 아닌 것을 인식하고는 두 손을 모아 기도를 하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누워서라도 하느님, 저에게 구원을 주소서!” “‘주님, 저의 병을 낫게 해 주소서!’라는 기도를 자주하고 몸이 다 나아서 퇴원하게 되면 성당에 꼭 다니세요.”라고 하였습니다. 이후에도 몇 차례 더 찾아오셔서 저를 위해 기도해 주셨습니다. 병실에 가만히 누워 있으면서 자주 기도하라는 그분의 권유가 생각났습니다. ‘정말 기도한다고 병이 나을까?’라는 생각 끝에 ‘그래, 기도해서 나쁠 것은 없을 것이다.’라고 결심하고 하루에 두세 번 ‘하느님, 저에게 구원을 주소서! 주님, 저의 병을 낫게 해 주소서!’라고 매일 기도하였습니다.

그렇게 수술한 배 거죽이 터져 말려 올라간 거죽을 의사선생님께서 집게로 뜯어 낼 때에는 너무나 아파서 아픔을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러자 의사선생님께서 막내아들에게 “온 몸을 좀 눌러주세요.”라고 할 때는 정말 형연할 수 없는 아픔으로 인해 ‘차라리 죽는 것이 이보다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하였습니다. 이런 일이 5일 동안 계속 반복되었으며 수술대에 세 차례나 올라간 후에는 병세가 더욱 악화되어 집에서나 형제들은 제가 죽는 줄 알았다고 하였습니다. 어느 날 저녁, 자매님 두세 분이 병실에 찾아와서 저에게 “생일이 언제입니까?”라고 묻길래 “5월입니다.”라고 하였더니 제 본명을 ‘요셉’으로 하라고 하였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제가 병실에 누워서 ‘하느님, 저에게 구원을 주소서. 주님, 낫게 해주소서.’라는 기도 드린 것을 하느님께서는 들어주셨고, ‘성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 나에게 찾아와서 대세를 주었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은혜롭고 감사함을 주님께 다시 올리며, 늦었지만 이 자리를 통해 그때 저에게  대세를 주신 자매님들에게 정말 고맙고 감사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자매님, 하느님의 종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어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제가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고 고통을 참아가며 병마와 싸울 때 주님의 구원과 자매님으로부터 대세를 받음으로써 약 2개월 동안 병마와 싸워서 승리하여 지금까지 하느님의 종으로 있게 해 주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하느님, 저의 몸을 낫게 해 주심에 감사드리고 또 감사드립니다. 아멘.

퇴원하고 2개월 동안 정양을 하고 성당 교리반에 입교하였으나  머리가 어지럽고 술에 취해 있는 사람마냥 걸음걸이도 비틀비틀, 배는 복대로 묶었는데도 속 내장은 흔들흔들거리는 듯하여 빨리 걷지도 못하고, 배를 움켜잡고 하느님께 기도를 올리고 묵주기도를 하며 3개월가량 지냈습니다. 그 즈음 대부님께서 레지오에 들어오라고 하셔서 3일 정도를 다니니 대부님께서 “몸이 안 좋으니 당분간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으나 제가 “계속 다니겠다.”고 하여 “그럼 그렇게 해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일주일 후 단장님께서는 저에게 회계 일을 도우라고 하셨습니다. 회계를 담당하신 분 연세가 많아서 할 수가 없다며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몇 주가 지나서 서기를 담당하신 분의 손이 떨리고 글씨가 제대로 안 써지니 도와달라고 제게 청하였고, 그러자 단장님께서 도 도와주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예비신자 교리 교육 중에 서기와 회계 업무 일을 도왔습니다.

지금까지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만 계시는 레지오에서 간부직을 맡아가며 레지오 활동에 온 힘을 기울여 성모님 군단에서 활동하게 해 주심을 성모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은혜를 입어 하느님의 종으로 일하게 해 주신 주님께 영광과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미천한 저에게 대세를 주신 이름모를 자매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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