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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훈화 - 은총의 때 사순절
세나뚜스 조회수:906 222.114.24.13
2016-01-21 10:06:54
은총의 때 사순절 - 최홍길 레오 대구 세나뚜스 지도신부

새 생명이 약동하는 새봄과 더불어 이달의 16일(일)은 예수 부활 대축일입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것은 우리가 세상 종말에 그분과 함께 틀림없이 부활할 수 있다는 보증만이 아니라 오늘 바로 이 순간에도 우리는 부활한 사람으로서 생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우리의 신앙은 아무 소용 없는 형식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주님의 은총이 흘러넘치는‘은총의 때 사순절 40일’의 절정을 살고 있습니다. 부활절을 잘 맞이하기 위해 먼저 자신의 영적 쇄신이 요청됩니다. 육체적인 건강진단을 위해 종합병원의 인간 독크에 들어가는 것처럼 우리들의 영신사정을 돌보기 위해서도 인간 독크에 들어가 종합진단을 받아야 하겠습니다. 우리의 신앙생활은 어떻게 보면 형식에 치우쳤는지도 모릅니다. 레지오 규칙에서 요구하는 출석의무와 같은 최저선을 지키기도 힘겨워 하면서 ‘한평생 싸움이 끝난 다음 사랑과 영광의 나라’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런 자가당착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우리는 매일 미사 때마다 성체 축성 직후에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주님의 죽음을 전하며 부활을 선포하나이다” 하고 신앙고백을 합니다. 인간의 오관과 추리 능력으로는 도저히 헤아릴 길 없는 그리스도의 부활 신비를 그리스도 가신 지 2천 년이 지난 오늘도 믿고 추종하는 우리들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들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부활사건 자체에 대한 시시비비보다도 오늘의 상황에서 그리스도의 부활이 우리 자신에게는 어떻게 비치고, 어떻게 받아들여지는가 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그분을 다시 일으키셨고, 우리는 그 증인입니다”(사도 3,15). 이는 베드로 사도의 첫 설교 중 한 대목입니다. 그리스도 교회는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셨던 분이 다시 살아나셔서 당신을 믿는 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활동하고 있음을 목격하고 확신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은 현대의 교회도 부활의 증인들, 다시 말해서 죽음을 극복하고 초월한 사람들의 교회라는 것입니다. 우리들은 부활하셔서 우리와 함께하시는 그리스도를 본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으며 또 그리스도를 증거해야 할 사람들입니다.
사도 바오로는 예수 생전에 한 번도 스승을 직접 대면해 본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런데도 그는 코린토 교회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 편지에서 부활한 그리스도를 직접 뵈었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1코린 15,3~8). 이것은 바오로 사도의 개인적 증언입니다. 이것은 어떤 환상이나 환시에서 온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의 확신에서 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께 대한 부활신앙을 증거한 사람이 어디 바오로 사도 한 분뿐입니까. 2천 년 교회 역사를 면면히 이어오는 동안 무수한 순교자들과 성인 성녀들은 무엇을 말해주고 있습니까.
과연 우리의 신앙이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만났다는 확신으로 가득 차 있습니까. 죽음을 극복하고 초월했기 때문에 모험도 마다하지 않고 용감하게 생활하며 우리를 결박하고 있는 온갖 죽음의 사슬에서 벗어나 완전한 자유인의 생활을 누리고 있습니까.
우리들의 신앙을 증거하는 데 있어 오늘의 상황이 초대교회나 한국교회의 초기보다 더 수월한 것으로만 생각하신다면 대단한 잘못입니다. 오늘 보이는 우리들의 세계는 실로 한심하고 비통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세계의 현실은 인간 중심이 되어 물질주의 내지 물량주의가 판을 치고 인간의 존엄성은 땅에 떨어져 계속 비인간화의 길로 줄달음질치고 있습니다. 우리가 늘 강조하고 있는 사랑의 실천도 말만 풍성할 뿐 실은 탐욕과 시기, 중상모략이 가득한 오늘의 세계가 아닙니까.
우리들의 상황은 2천 년 전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못 박았던 그때보다 나은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셔서 십자가에 못 박히고 다시 부활하셔야 한다는 말입니까.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모신 우리들은 그리스도 대신 십자가에 못 박히고 부활해야 합니다. 참다운 크리스천 생활은 부활신앙을 잉태하고 부활신앙을 고백하며 온전히 부활하는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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